탈중국과 공급망 재편 놓고 고심하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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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중국과 공급망 재편 놓고 고심하는 기업들
- 공급망 중국 의존도 낮추고 탄력성 향상을 위해 탈중국 미 제조기업 증가
- 긴 소요 시간과 천문학적 이전 비용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
- 중국 대체할 생산기지 찾기도 쉽지 않아 기업들 고민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미국 기업의 리쇼어링·니어쇼어링·프렌드쇼어링이 가속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핵심 품목의 공급망을 중국으로부터 이전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생산기지 이전을 통해 공급망 탄력성을 향상하려는 노력이 확대되고 있다.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가 지난 1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제조기업의 62%가 생산 능력을 리쇼어링 혹은 니어쇼어링을 하기 시작했다고 응답했다. 이 설문조사에는 연매출 5억~500억 달러 이상의 제조기업 경영진 305명이 참여했으며, 기업의 상당수는 미국 기업이다.
딜로이트는 지난해 미국 기업의 리쇼어링으로 미국 내 일자리가 35만 개 가까이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도인 2021년에 비해 25% 늘어난 수치다. 또 이러한 변화는 2025년까지 미국으로 수입되는 아시아발 비중을 20%, 2030년까지 40% 감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중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생산기지를 둔 중국의 정치·통상·외교 리스크가 기업들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그간 고민해오던 공급망 재편을 실행에 옮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공급망 재편에 드는 엄청난 시간과 비용,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자 노동력과 제조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중국을 떠나는 것이 과연 실효성 있는 선택인가를 두고 기업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 14 프로 공급 차질로 보는 차이나리스크
애플은 지난해 9월 아이폰 14를 발표하고 사전 예약을 받았다. 애플이 발표한 아이폰 14 4개 모델 가운데 인기 제품인 아이폰 14 프로는 애플이 고객과 약속했던 기간보다 배송이 5주 정도 연기됐다. 중국의 코로나19 감염자 증가와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아이폰 제조의 허브인 중국 공장 가동이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신형 아이폰 생산 문제에 따른 배송 연기는 올해 1월이 되어서야 해소됐다. 포브스는 지난 한해 애플의 주가가 27% 하락했다며, 중국 공장의 생산 차질이 주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022년 1월 애플의 시가 총액은 3조 달러에 달했으나 지난해 하락세를 이어가며 올해 초 2조 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현재 애플은 중국 정저우에 위치한 폭스콘 공장에 아이폰 생산의 70%를 의존하고 있어 정저우 공장 가동에 문제가 생기면 매출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 중국 공장 사정으로 아이폰 14 프로의 생산 지연에 놀란 애플은 생산라인 재편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포브스는 지난해 5월 중국 외 지역으로 생산공장 분산을 검토한 바 있는 애플이 이번 사태로 계획을 더 빠르게 실행에 옮기게 됐다고 전했다. 애플의 생산기지 이전 국가로 인도와 베트남 등이 거론되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부터 인도에서 아이폰 14 조립라인 가동을 시작했다. 애플이 인도에서 최신형 모델을 생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NBC는 최근 인도의 피유시 고얄 상공부 장관을 인용해 애플이 아이폰 전체 생산량의 25%를 인도에서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애플이 생산라인 재편을 통해 탈중국을 시도하는 것이 현실적인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재기됐다. 수년간의 시간과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이 소요될 수 있으며, 이는 투자자들의 우려를 자극해 또 다른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과연 중국을 대체할 만한 현실적인 대안이 실제 존재하는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애플의 서플라이어 보고서를 인용, 애플의 하드웨어를 제조하는 데 투입되는 인력은 150만 명에 달한다며, 애플 기기 생산 수요를 따라갈 수 있는 생산직 노동자 규모 면에서 고려할 만한 국가가 많지 않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베트남의 경우 중국보다 생산직 근로자가 적고, 규모 면에서는 인도를 고려할 수 있겠으나 숙련된 근로자나 인프라가 중국과 비교하기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중국을 대체할 만한 생산지를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우나 대규모 생산을 중국에만 의존하기에는 애플이 치러야 할 경제적, 정치적 비용 역시 만만치 않아 중국과의 디커플링에 신중하면서도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다.
글로벌 기업들, “중국 떠나고 싶지만…”
차이나리스크 확대로 미국 외에도 유럽과 일본 기업들도 탈중국을 고심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애플이나 해즈브로 같은 기업들이 인건비가 저렴하고 제조 환경이 갖추어진 베트남과 인도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고 있고, 의류 기업들 역시 비슷한 이유로 방글라데시나 말레이시아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다면서도 중국은 생산 단가가 저렴할 뿐 아니라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라는 매력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쉽게 탈중국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보다 부유해진 14억 중국 인구는 현재 전 세계 의류 판매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며 보석과 핸드백 판매의 3분의 1, 자동차 판매의 5분의 2에 기여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제조업 기반 시장답게 중국은 기계류와 화학, 건설 관련 분야의 초대형 바이어이기도 하다.
UCLA 앤더슨경영대학원 크리스토퍼 탕 교수와 인라인 트랜스레이션 서비스의 리차드 페이즐로 매니징 디렉터는 경제주간지 배론스(Barron’s)의 코멘터리 섹션을 통해 미국이 정책적으로 리쇼어링과 프렌드쇼어링을 유도하고 있지만, 기업이 중국을 떠날 수 없는 여러 요인이 존재해있다고 지적했다.
탕 교수와 페이즐로 디렉터는 미국의 높은 인건비를 허들로 꼽았다. 첨단기술을 활용한 자동화가 높은 인건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일부 노조가 로봇 도입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기업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환경 규제가 더욱 강화되었고 ‘공급망 탄력성’이 기업 경영 평가에 반영되지 않는 점, 리쇼어링을 장려하거나 최소한 오프쇼어링을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세금 인센티브 정책의 부재 등도 요인으로 거론했다.
전망 및 시사점
깊어지는 미·중 갈등과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공급망 재편 흐름에 따라 기업의 리쇼어링, 니어쇼링 혹은 프렌드쇼어링은 우리 기업들 역시 눈여겨보아야 할 현상이다.
일부 중국산 품목 대상 추가 관세 부과나 반도체 장비 수출 금지 등 제재조치뿐만 아니라 중국의 성장 둔화, 중국 소비자들의 국내 브랜드 선호도 상승에 따른 글로벌 브랜드의 점유율 하락은 탈중국을 고려할 만한 요소다.
그러나 낮은 인건비와 숙련된 기술자, 제조 인프라, 대규모 소비시장은 제조 기지로 무시할 수 없는 큰 장점이다. 골드만삭스 그룹은 지난 10월 말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리쇼어링을 장기적인 트렌드로 단정 짓기는 아직 시기상조라며, 2022년은 리쇼어링을 계획하는 미국 제조기업이 증가한 시기라고 밝혔다.
미국에 진출한 제조업 지상사 A 기업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과 미국의 정책적 공급망 재편 전략으로 지난 2년간 업계 전반에 큰 변화가 있었다”며, “미국의 정책 변화와 국제정세, 미·중 관계 등 우리 기업이 살피고 전략 수립에 반영해야 할 요소들이 다양하고 복잡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미 기업의 리쇼어링이 장기적 추세로 갈지 여부와 공급망 재편이 불러올 변화 등도 수출기업 입장에서 면밀하게 살펴보아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자료제공: Barron’s, Bloomberg, The Economist, Goldman Sachs, Deloitte, Forbes, Financial Times 및 KOTRA 뉴욕무역관 자료 종합
자료편집: 핸들러전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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